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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덴의 동쪽" O.S.T. "에덴의 동쪽 / A l'est d'Eden" - 비키 레안드로스 / Vicky Leandros

kwkimkw 2025. 2. 10. 04:02

영화 "에덴의 동쪽 / A l'est d'Eden / East Of Eden" O.S.T.

"에덴의 동쪽 / A l'est d'Eden / East Of Eden"

- 비키 레안드로스 / Vicky Leandros

 

 

Quand meme un gosse ne rit plus comme un gosse   그 소년은 더는 웃음을 웃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Nous sommes a l'est d'Eden                                       우리는 에덴의 동쪽에 있어요

Quand on s'en fout de cette terre qui pleure                고통받는 이 땅 위에서 방황하고 있어요

Cette planete devastee                                                황폐해져 가는 이 땅 위에서 말에요

Alors not'vie sera une farce                                         그땐 우리의 삶도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Quand une larme n'est plus qu'une goutte d'eau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방황하고 있어요

Nous sommes a l'est d'Eden                                       우리는 에덴의 동쪽에 있어요

Quand meme l'amour n'est qu'un marche sordide       사랑의 진실이 외면당하고 있어요

Des caresses payees                                                   타락한 사랑으로 말에요

Alors not'vie sera une farce                                         그땐 우리의 삶도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Vivre chaque jour comme si c'etait l'dernier                우리는 마치 세상이 종말인 양 나날의 삶을 살고 있어요

Ne perdons jamais notre sincerite                               하지만 우리들의 진실은 결코 잃지 말아야겠어요

S'il n'y a plus rien qui nous reunit                                우리가 만일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말에요

Le dernier phare s'eteint et tout sere gris                     마지막 등불이 꺼지면서 모든 것이 사라질 거예요

Quand notre foi ne peut plus s'imposer                       우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말에요

Nous sommes a l'est d'Eden                                       우리는 에덴의 동쪽에 있어요

Quand tout espoir deviendra horizon                          수평선 넘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면 말에요

Qu'on n'atteindra jamais                                              우리의 모든 희망이 말에요

Alors not'vie sera une farce                                        그땐 우리의 삶도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Alors not'vie sera une farce                                        그땐 우리의 삶도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Que notre amour nous inonde comme une maree     우리의 사랑이 파도처럼 우리를 흠뻑 적시게 할 거예요

Dont les vagues rouleront comme nos pensees        그 파도의 물결이 우리의 생각을 뒤섞어놓을 거예요

Je sais bien qu'un jour il faut partir                             난 언젠가는 떠나야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Mais c'est en chautant que je veux mourir                  하지만 난 노래를 불러 드리면서 떠날 거예요

Quand meme un gosse ne rit plus comme un gosse 그 소년은 더는 웃음을 웃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Nous sommes a l'est d'Eden                                      우리는 에덴의 동쪽에 있어요

Quand on s'en fout de cette terre qui pleure              고통받는 이 땅 위에서 방황하고 있어요

Cette planete devastee                                               황폐해져 가는 이 땅 위에서 말에요

Alors not'vie sera une farce                                        그땐 우리의 삶도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Alors not'vie sera une farce                                        그땐 우리의 삶도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Alors not'vie sera une farce                                        그땐 우리의 삶도 엉망이 되어버릴 거예요

 

 

   '비키 레안드로스(Vicky Leandros, 1949-)'는 그리스 출신 여가수로 유럽 전역은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며 활동하였습니다. 그녀는 1949년 그리스 이오니안 섬(Ionian Islands)의 콜푸(Corfu)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비키 바실리키 파파사나슈(Vicky Vassiliki Papathanasiou)'입니다. 그녀의 부친이며 그리스의 인기 그룹 '화이트 롭스'의 리더였던 '레오 레안드로스(Leo Leandros / Leo Leandros Papathanasiou, 1926-)'의 딸을 향한 헌신적이면서 엄격한 음악훈련을 통해서 그녀가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었다고 전합니다. 레오 레안드로스는 비키 레안드로스가 5세 때에 아테네로 옮겼으며 그녀가 8세 때인 1957년에 다시 독일의 함부르크로 옮겼습니다. 그녀는 통역학교에서 어학 실력을 다졌고 성악과 기타 그리고 발레 수업을 받았습니다.

 

   비키 레안드로스는 16세 때인 1965년에 그녀의 독일어 싱글 데뷔곡 '나이프, 포크, 가위와 빛(Master, Gabel, Schere, Licht)'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곡은 유럽 각국에서 대단한 반향을 받았고 그녀의 청순한 미모와 생기 있고 발랄한 목소리로 절찬을 받으면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17세에 불과한 어린 나이인 1967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제12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에 출전하여 '사랑은 외로워요(L'Amour Est Bleu / Love Is Blue)'를 불러 4위로 입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 곡 사랑은 외로워요(L'amour Est Bleu)의 원곡은 프랑스 작가인 '삐에르 꾸르(Pierre Cour, 1924-1997)'의 가사에 프랑스 작곡가인 '앙드레 포프(Andre Popp, 1924-)'가 1966년에 작곡한 '사랑은 외로워요(L'Amour Est Bleu / Love Is Blue)'인데 비키 레안드로스가 리메이크하여 불렀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68년에 프랑스의 거장 '폴 모리아(Paul Mauriat, 1925-2006)'에 의해 화려하고 유연한 현악 사운드와 경쾌한 록 비트를 아우른 생동감 넘치는 음악으로 편곡하여 발표되었습니다. 이 곡은 발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연속 5주간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따라서 이 곡으로 비키 레안드로스와 폴 모리아는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명성을 떨친 계기도 되었던 명곡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다시 1972년 스코틀랜드(Scotland)의 에딘버러(Edinburgh)에서 개최된 제17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룩셈부르크(Luxembourg) 대표로 출전하여 '그대 떠난 뒤(Apres Toi)'를 프랑스어로 열창하였으며 급기야 그랑프리(Grand Prix)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던 것입니다. 비키 레안드로스는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여 이 곡을 모국어인 그리스어판 'Mono Esi'와 독일어판 'Dann Kamst', 영어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Come What May)', 이탈리아어판 'Dopo Te', 스페인어판 'Y Despues' 등으로 발표하였으며 네덜란드어, 일본어 등으로도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비키 레안드로스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영국 등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 캐나다, 중남미 등 남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본, 중국, 동남아에 이르는 무대에서 활약한 1960~70년대 유럽 최고의 디바였습니다.

 

   그리고 비키 레안드로스는 이탈리아 가수이며 작곡가인 '돈 베키(Don Becky, 1939-)'의 원곡인 '하얀 집 / 카사 비앙카(Casa Bianca)'을 리메이크하여 영어판 싱글인 '하얀 집(The White House)'을 불러 많은 인기와 함께 사랑을 받았습니다. 돈 베키의 '하얀 집(Casa Bianca)'은 원래 '마리사 산니아(Marisa Sannia, 1947-2008)'가 1968년 산 레모 가요제(Festival Di San Remo)에서 불러 2위로 입상했던 칸소네 곡이었습니다. 그러나 그후 비키 레안드로스가 영어판 팝으로 리메이크하여 더욱 유명해진 명곡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1962-)' 감독의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Moulin Rouge, 2001)'의 O.S.T. 곡인 1972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1위 곡 '그대 떠난 뒤(Apres Toi)'의 영어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Come What May)'를 불러 영국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O Kaymos(The Love In Your Eyes)', '부주키를 켜면서(When Bouzoukis Played)' 등의 곡도 영국 싱글 차트에 올리면서 크게 히트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 투어 공연에서 '내가 좋아하는 초코레이트 / Watashi no Sukina Chocolate(The Chocolate That I Like)', '마미 블루(Mamy Blue)', '당신은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You Don't Have To Say You Love Me)', '마이 스윗 로드(My Sweet Lord)' 등 많은 곡을 발표하였고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974년 발표한 '테오여, 로츠로 가요(Theo, Wir Fahr'n Nach Lodz)'는 독일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으며 미국에서는 특히 이 곡이 컨트리, 록과 소울의 리듬이 어우러진 곡이라고 하여 많은 찬사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해왔어요(Ich Hab' Die Liebe Geseh'n)', '그 곳에 그대를 위해 있겠어요(Ich Bin Far Dich Da)', 지금 흐르고 있는 벨기에, 프랑스어판 영화 '에덴의 동쪽(A l'est d'Eden / East Of Eden, 1955)' O.S.T. '에덴의 동쪽(A l'est d'Eden / East Of Eden)' 등의 곡도 크게 히트하였습니다. 1975년 미국 투어 공연에서는 앨범 'Across The Water'도 크게 히트시켰고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는 그녀의 임신과 출산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지구촌 곳곳에서 콘서트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녀의 콘서트는 항상 입장권이 매진되었으며 그녀의 다양한 언어 구사 능력과 화사하고 요염한 목소리로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인기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은 미국의 풀리쳐상(Pulitzer Prize - Winning Novel)과 196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Novel Prize For Literature In 1962 Winner)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Jr., 1902-1968)'이 1952년에 출간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어낸 작품입니다. 에덴의 동쪽은 구약성서 창세기 4장의 아담의 아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The Story Of Cain And Abel)' 중에서 카인이 형 아벨을 살해하고 에덴동산의 동쪽에 있는 히브리어로 '떠돌이, 방랑자'라는 뜻을 가진 '놋'이라는 곳으로 추방되어 살게 된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존 스타인벡은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의 작품을 통해서 인간은 모두 아벨을 죽인 카인의 후예이며 인간의 원죄의 추구와 탐구를 시도한 작품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은 1955년에 미국의 거장 '엘리아 카잔(Elia Kazan, 1909-2003)'이 감독을 맡고 '레오나드 로젠먼(Leonard Rosenman, 1924-2008)'이 음악을 맡은 동명의 영화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으로 영화화되었고 지구촌 곳곳에 방영되면서 널리 알려진 유명한 명화가 되었습니다.

 

   - 1917년 어느날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서광을 알리는 전운이 유럽에서 감돌기 시작하였다. 동맹군의 주도국인 독일과 연합군과의 세계대전이 태동되는 시기였다. 캘리포니아 주 사리나스 계곡(Salinas Valley)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였다. 아이스란드에서 이곳으로 이민을 와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애담 트라스크 / Adam Trask(레이몬드 하트 메세이 분 / Raymond Hart Massey, 1896-1983)'는 쌍둥이 두 아들 중 첫째 '애론 트라스크 / Aron Trask(리차드 다발로스 분 / Richard Davalos, 1930-)' 그리고 둘째 '칼 트라스크 / Cal Trask(제임스 딘 분 / James Dean, 1931-1955)'와 함께 셋이서 농장을 운영하며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애담은 그의 아내 '케이트 / Kate(조 반 플리트 분 / Jo Van Fleet, 1914-1996)'와는 그녀가 애론과 칼을 낳자마자 집을 나간 이후로 서로 인연을 끊고 행방을 모른 채 살아왔었다. 애담은 아내 케이트가 죽었다고 생각하였고 그녀를 단념한 지 오래다. 그의 두 아들들도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었다. 두 아들 중 첫째 애론은 모범적이고 착한 청년으로 성장하였으나 둘째 칼은 반대로 성격이 삐뚤어졌고 늘 불만에 싸인 반항아 같은 기질을 보였다. 그래서 애담은 둘째 칼에 대해서는 집을 나간 아내의 부도덕한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였고 늘 칼을 미워하였다. 첫째 애론에 대해서는 신앙심이 두텁고 공부도 잘하기 때문에 언제나 사랑으로 대해줬고 늘 신뢰하는 편이었다. 이렇듯 아버지의 차별화된 편애에 칼은 불만이 많았고 날이 갈수록 그의 반항심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어는날 칼은 자신의 어머니가 근처의 어항인 몬테레이(Monterey)에서 도박장을 병행하는 술집인 하우스 빠의 마담으로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게 된다. 칼은 기차 화물칸 지붕 위로 올라갔으며 무임승차로 몬테레이 역에서 내렸다. 칼은 그의 어머니 케이트가 은행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미행을 하여 거처를 알아냈다. 그러나 불순하고 천한 생활 환경에 증오를 느끼게 된다.

   심란한 마음으로 몬테레이 역을 떠나 살리나스 역에 도착한 칼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형 애론과 형의 연인인 '애브라 / Abra(줄리 헤리스 분 / Julie Harris, 1925-)'를 만났다. 애론과 애브라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애브라는 마음의 결정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애론은 칼에게 아버지가 냉장처리를 위해 준비해둔 얼음창고에 가는 중이라고 말하면서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칼이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서 저녁식사 때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한편 애담은 야채의 신선도를 장기 보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야채에 얼음을 재어 냉장처리하게 되면 신선도가 오랫 동안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서 알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애담은 이 일이 틀림없이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이 사업에 전 재산을 투여하겠다는 의지도 굳혔던 것이다.

   농장 어귀에서 아버지 애담은 아버지의 친구인 '윌 해밀턴 / Will Hamilton(앨버트 데커 분 / Albert Dekker, 1905-1968)' 아저씨와 야채의 신선도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얼음의 효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양상치의 수요가 많은 뉴욕에 보낼 양상치에 재어둘 얼음과 철도 화물열차도 모두 준비해 놓았다고 말했다. 애론과 애브라가 먼저 도착하여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애론이 헤밀턴 아저씨를 향해 아버지가 아이스 박스에 재어둔 야채가 3주째 싱싱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애론은 애브라와 함께 얼음 창고 쪽으로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걸어오고 있는 칼을 향해 어젯밤에는 어디를 갔었느냐? 할 말 있느냐고 물었다. 칼이 아버지한테 다가와서 말했다. - 신문에서 봤는데요. 우리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 곡물값이 오를 거래요. 곡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네요. 콩이나 옥수수 같은 걸로 말에요. 이때 해밀턴 아저씨가 - 맞아! 콩값이 3센트나 올랐어! 이윤을 남기려면 콩을 사야 돼! 그리고 그런 곡물에는 얼음도 필요 없지!라고 거들었다. 칼이 다시 - 이윤을 남길 수도 있고 얼음도 필요 없는 사업이에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윤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얼음 창고 안으로 들어간 칼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창고에서 얼음 덩어리를 창밖으로 내던지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아버지가 -칼! 칼! 그만둬! 뭐하는 짓이냐? 그만둬!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칼을 진정시킨 아버지는 애론과 칼을 불러 성경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 죄를 용서해 주시고 축복해 주소서! 사람의 죄는 감춰져 있습니다. 지옥이 아니라 주님께 귀의한 인간을 축복하소서! 그 영혼은 죄가 없습니다!

   읽기를 끝낸 아버지는 칼을 향해 말했다 -죄 사함을 받았다. 칼! 네 행동에는 죄가 없지만 난 이해가 안갈 뿐이다. 왜 얼음을 밑으로 던졌지? 칼이 한참 있다가 -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애담은 다시 - 뭣 때문에 그랬지? 복수! 분노! 어젯밤 안들어 왔다고 내가 혼낼 게 겁이 났던 것이니? 무엇 때문이냐? 칼이 손으로 머리를 만지면서 -잘 미끄러지나 보려고 했어요...하며 말 끝을 흐린다. 아버지는 성경책을 건내주며 - 이 페이지를 읽어 보는 게 좋겠다! 애론이 읽겠다고 말하자 다시 -아니 칼이 읽어라! 5절부터 읽어라 칼! 5절이다! 칼이 성경책을 건네받으며 아버지를 한번 쳐다보고 나서 읽기 시작했다. - 난 내 죄를 인정합니다. 전 숨김없이 저의 죄를 주님께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칼이 성경책을 덮으려 하자 애담이 계속하라고 말했다. 제6절!하고 칼이 읽었다. 이에 아버지는 - 좀 천천히 읽어, 몇 절인가는 읽지 말고...칼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 이런 이유로 모든 신을 공경하던 자는 신께 기도하고...그래서 커다란 홍수가 났을 때 그들은 신께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제7절! 이때 아버지가 몇 절인지는 읽지 말라고 소리쳤다. 칼은 다시 - 신께서 내 은신처를 주셨다. 곤경에서 날 보호하소서...구원의 노래로 날 보호하소서...제8절! 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면서 - 넌 회개하는 마음이 전연 없어! 넌 모든 것이 틀려 먹었어!라고 호통을 쳤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애론이 일어나면서 애브라가 밖에서 기다린다고 말하며 나갔다.

   아버지와 칼 둘만이 남게 되자 칼이 낮은 어조로 말했다. - 아버지 말이 맞아요. 난 나쁜 놈이에요. 아주 오래 전부터 말에요. 이에 아버지는 그런 뜻이 아니라 화가나서 그랬던 거야!라고 조용히 타일렀다. 칼은 다시 말을 이었다. - 맞는 말이지요. 애론은 언제나 착하고...부모로부터 선과 악을 받는데 난 악을 받았어요. 아버지가 다시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내 말 잘 들어라! 칼! 네가 마음 먹기에 달린 거란다,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야, 그 점이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이란다, 내 말을 듣지를 않는군, 기억도 안 하겠지!라고 말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애담과 칼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칼이 입을 열었다. - 엄마는 죽어서 천당 간 게 아니에요! 아버지 말씀대로 무덤에 뭍혀 있는 게 아니에요! 살아 있어요...아버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칼이 말했다. - 어떤 사람이 말해 주었어요. 그 사람 이름은 몰라요. 그저 지나쳤을 뿐이에요. 왜 애론과 나한테는 죽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가 고통을 안 주려고 그런 말을 했다고 말하자 칼은 고통이요? 하고 반문했다. 그리고 만약에 살아 계신다면 어디에 계실 것 같아요?하고 물었다. 애담이 말했다. - 글쎄 난 모르겠다, 너와 애론을 낳고 나서 이 농장을 떠났다, 동부로 떠났다고 들었다. 다시 칼이 물었다. - 엄마는 나뿐 사람인가요? 애담이 - 그럴지도 모르지! 보통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뭔가 부족해 보였었어, 친절이라던가 양심과는 거리가 먼 여자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사실 그녀가 뭘 좋아 했는지도 몰랐었다!라고 대답했다. - 왜 아버지를 떠났을까요? - 나도 모른다! 증오심에 가득 차 있었어! - 아버지를 증오했나요? - 모든 걸 증오했어! 애론에게 살아 있다고 말하지 않을 테지! - 그럼요 애론에게 상처 줄 일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어깨 상처는 왜 생기셨죠? 애담이 궁색한 변명을 했다 - 옛날에 인디언과 싸울 때 그랬다고 말해 줬잖니? 왜 물어보는 거지? - 하지만 아버지! 말씀해 주세요. 내가 누구고 내가 누구 자식인지...난 알아야 해요, 말해 주세요, 어디에 계시죠? 애담이 - 사실대로 말하고 있다, 집을 나간 후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하자 칼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때 애담이 칼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 기다려라 얘기 좀 더 하자! 이제 나가면 더 얘기 할 기회가 없어!

   밖으로 나온 칼은 애브라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는 애론과 마주쳤다. - 오늘밤 집에 들어 올거니?하고 묻는 애론에게 칼이 - 뭣하러? 아버진 형만을 원하시잖아!라고 대꾸하면서 어디론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애론은 방금 칼이 한 말의 뜻이 뭘까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였다.

   칼은 움직이고 있는 몬테레이 행 화물열차 지붕 위로 올라가서 앉아 있었다. 갑자기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 있었다. 칼은 그의 어머니 케이트의 방으로 들어갔다. 칼은 그리운 마음으로 그의 어머니를 만났지만 불순하고 천한 생활방식에 증오를 느끼게 되었다.

   칼은 어머니 케이트에게 말 좀 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거절 당하고 '샘 보안관 / Sam The Sheriff(벌 아이브스 분 / Burl Ives, 1909-1995)'에게 끌려간 칼은 자식이 어머니를 보러가는 것도 죄가 되느냐고 따졌다. - 아니 그런 건 아닐세!라고 보안관이 대답하면서 - 케이트는 누가 말해 줬어? 며칠 전 네가 만났던 사람이 말해 줬지? 그는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어! 네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하던 사람이었고 이젠 이곳엔 없어! 스스로 떠나고 말았지! 왜 하우스 빠를 배회하고 다니니? 칼이 그게 법에 저촉되느냐고 말하자 보안관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 그렇다! 난 법이다! 똑똑히 새겨 둬! 애담도 네가 이곳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걸 알고 있어? 칼이 머리를 가로로 저었다. 보안관은 칼에게 커피를 마시라고 건내주며 말했다. - 애담은 내 옛 친구다. 그가 농장에 있을 때부터...너희가 작년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난 케이트 일이 들통 날까 봐 걱정했었지...하지만 케이트는 이곳 몬테레이에 있고 너희는 살리나스 계곡에 살아서 다행히 만날 기회가 없었지! 칼이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까요?하고 질문을 했다. 보안관은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찾으면서 - 아냐 그는 여기 온 적이 없어! 이 사진을 봐라! 네 부모의 결혼식 사진이다...너한테 처음으로 보여주는 거다! 칼은 빛바랜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 그런 줄 알았어요. 사실인 줄 알았어요! 그 술집 하우스 빠에서 만난 사람의 말이 사실인 걸 알았어요! - 뭘로 사실이라는 거냐?하고 묻는 보안관에게 칼이 다시 말을 이었다. - 어머니도 나도 악을 지녀서 질이 안 좋으니까요...모든 게 설명이 되는 거에요! 난 어머니를 증오해요. 또한 아버지도 증오해요!

   칼은 보안관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해 그러실 필요없다고 말했으나 필요없지만 테워다 주겠다고 이끄는 바람에 그의 차에 올라탔다. 농장에 도착한 칼은 말을 꺼냈다. - 어머니는 어디에서 오신 분인가요? 보안관은 - 누구도 네 어머니가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고 있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거의 유랑하고 살았어!라고 말했다. 칼은 혼잣말로 모두가 그랬겠군, 모두가 그랬겠군!하고 반복했다. 그리고 왜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했느냐고 물었다. 보안관이 말했다. - 그녀는 정말 미인이었다...생기발랄한 아가씨였어! 그리고 네 아버지는 농장에서만 살아서 세상물정에 너무 어두웠었지! 이때 칼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차문을 손으로 잡고 - 어머니가 아버지의 어깨에 총을 쐈습니까?하고 물었다. - 그랬다!고 보안관이 말하자 칼은 다시 - 왜 그랬지요? 아버지가 뭘 잘못했었나요?하고 물었다. - 아버진 그러지 않았어! 네 어머니가 떠난 후 아버지는 늘 넋이 빠진 사람처럼 살았었던 거야!하고 말하는 보안관을 바라보면서 칼은 - 틀림없이 아버지가 잘못했을 거에요!하고 믿으려 들지 않았다. - 전혀 잘못이 없어! 그녀가 원하는 건 다 들어 줬단다! 네 아버지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양심적인 사람이었다!라고 말하는 보안관에게 칼은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칼은 다시 한번 돌아서서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며 걸어갔다. - 아버지는 착한 분이시다! 잊지 마라!라는 보안관의 말을 뒤로 한 채 칼은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아버지는 아이스 박스에 얼음으로 재어 두었던 양상치들을 꺼내 시식하고 있었다.

   칼은 뉴욕으로 보낼 양상치들의 능률적인 출하작업과 시간절약을 위해 석탄 활강로를 가져와서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철도화물 운반 전용 마차들이 애담이 있는 쪽으로 오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애담 트라스크 씨! 누가 석탄 활강기를 훔쳐갔어요! 여기서 실을 거지요? 애담이 이들에게 말했다. - 그렇소! 요즘 시대는 무법천지라네...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니까 모든 나라가 무법시대가 되어가고 있네! 전쟁은 유럽에서 났는데!

   양상치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던 애담이 칼을 불렀다. 애담은 많은 량의 양상치를 한꺼번에 옮기는 작업대를 보면서 어디서 났느냐고 묻고 아주 천재적이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칼에게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점심 때가 되었다. 애브라가 안녕 칼!하면서 도시락을 손에 들고 왔다. 칼은 애론이 밭에 있다고 가서 전해주라고 툭명스럽게 말하면서 벤치 쪽으로 걸어갔다. 애브라는 칼의 뒤를 따라가면서 좋아할지 모르지만 칼의 도시락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칼에게 - 양상치 작업에 정말 열심이던데, 칼! 난 네 아버지를 좋아해!하면서 칼 옆에 앉았다. 칼이 대꾸했다 - 그래...만약 이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아버지는 많은 돈을 잃게 되지! 아버지의 전 재산을 잃게 돼!

   애브라가 말을 꺼냈다 - 난 한번에 3천불을 없엔 적이 있었어! 13살 때였어! 아버지가 사준 다이야 반지야, 난 그 걸 강속에 처 넣었던 거야! 아버진 화를 펄펄 냈었지! 칼이 말했다. - 정말 없엤다고? 당연히 그랬을 거야! 애브라가 침착한 어조로 - 난 아버지를 용서했어! 지난 모든 과거를 말이지!하고 말하자 칼은 이해할 수 없었는지 - 네가 네 아버지를 용서했다구? 네가 그 3천불짜리 반지를 버렸는데? 네가 용서를 해? 내가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일 났을 거야! 애브라가 다시 말을 했다. - 아버지가 사랑 안 한다고 여겼어! 그래서 기분이 너무 나빴어! 여자들은 자기 아빠를 끔찍이 사랑하거든! 13살 때 아빠는 엄마가 죽자마자 재혼하셨거든! 나에 관한 걸 듣고 싶어? 이에 칼이 듣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애브라는 말을 계속하였다. - 아빠가 결혼하자 난 역겨웠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했었지!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면서 대꾸도 안 했어! 이때 칼이 웃으면서 물었다. - 왜 이런 말을 내게 하는 거지? 애브라는 - 하고 싶으니까! 하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 난 몇 달 동안 그런 식으로 모든 사람을 증오했어! 이 세상 아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 정말 비참했었지! 그래서 난 새 엄마의 반지를 찾아냈지! 그 걸 강속에 던져버렸어! 갑자기 칼이 잘 했어!하고 소리쳤다. 애브라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너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어! 그런 일이 있던 후로 날 훨씬 더 사랑하실 거라 생가했었지!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 웃기지 않아? 이젠 나도 성인이지만 어른 보다 아이들을 더 이해해! 칼이 - 완전히 성인은 아냐!라고 말을 가로막자 애브라는 진지하게 말했다. - 난 이제는 충분히 어른이거든! 난 충분히 자랐어! 아빠보다 훨씬 더 성인이란 말야! 난 이해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용서했기 때문이야! 내 마음 속으로 용서하는 순간 내 기분은 훨씬 더 좋아졌어! 지금은 서로 잘 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사랑해! 하지만 내가 13살 땐 아니었어! 그러나 지금은 난 내가 결혼할 때까지 같이 지낼만 하거든! 아빤, 아빠야! 피할 수 없는 숙명이야! 난 여전히 새 엄마를 안 좋아해! 그렇지만 새 엄마도 한 여자인 걸 어떻게 해? 애브라는 흐트러진 칼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주었다.

   애론이 밭에서 막 돌아왔다. 처음 보는 작업대를 보며 - 아버지 저게 뭐죠?라고 묻는다. 애담이 말했다. - 칼이 시간절약을 위해 설치했는데 참으로 착상을 잘 했더구나! 신통해! 애론이 - 석탄 활강로처럼 보여요!라고 말하자 애담은 '석탄 활강로'하고 속으로 말하다가 좀 전에 만났던 마차 인부들의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애브라가 손을 흔들면서 불렀다. - 애론! 여기 도시락 가져왔어! 애론이 애브라한테 달려갔다. 애담은 칼을 불러 화를 냈다. - 어떤 생각으로 이 석탄 활강기를 훔쳤느냐? 그 사람들 일자리 잃어버리겠다! 바로 돌려줘라! 그리고 애론에게 이 걸 나무로 만들어라!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고 다정하게 지시를 했다.애론은 알겠어요!하고 대답했다. 칼은 몹시 마음이 우울해진 것 같았다.

   아버지는 양상치의 수요가 많은 뉴욕에 수십톤에 달하는 양상치를 얼음에 재어 화물 기차편으로 뉴욕에 출하시켰다. 애담은 뉴욕을 향해 출발하는 기차 화물 송장에 서명을 해줬고 축하연주와 함께 기차를 출발시켰다. 양상치를 실은 화물 열차는 검은 연기를 길게 내뿜으면서 힘차게 살리나스 계곡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애담은 뉴욕까지 운송되는 양상치의 신선도 유지에 만전을 기했던 것이며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하에 전 재산을 투여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백마일 밖에서 눈사태로 화물 열차가 멈춰 서는 바람에 양상치에 재어 두었던 얼음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양상치가 모두 썩고 말았다. 큰 손해를 보게 된 애담은 실의에 빠져 있었다. 이를 지켜본 칼은 아버지의 손해를 어떻게 하면 보상해드릴 수 있을까 하고 고심하고 있었다. 칼은 곧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 콩, 옥수수 등 곡물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값도 껑충 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며칠 전에 아버지의 친구 해밀턴 아저씨로부터 콩을 사두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는 칼은 해밀턴 아저씨를 찾아가 여러가지 조언을 듣게 된다. 칼은 어머니를 찾아가 5천불을 빌리는데 성공했다. 5천불이 준비된 칼은 해밀턴 아저씨로부터 소개 받은 농부 '렌타니 / Rantani(닉 데니스 분 / Nick Dennis, 1904-1980)'에게 콩의 씨값을 빌려주었고 대량의 콩을 경작시켰던 것이다. 농부가 심어놓은 콩은 1파운드 당 5센트에 거두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해밀턴 아저씨의 군대 친구인 영국인 구매업자와는 1파운드 당 10센트에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콩밭을 드나들며 콩이 자라나는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칼은 콩밭에 물을 주었는지 확인했고 너무 많이 주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 드디어 미국이 연합군으로 전쟁에 참여하기에 이르렀고 파병 장병들을 위한 환송식 연설에서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 1856-1924)' 대통령(The 28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은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각 도시에서는 징병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환송 시가행진 행사도 연일 거행되고 있었다. 애담도 살리나스 지역 징병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어 활동 중에 있었다. 칼은 어느날 아버지가 은행예금도 별로 없고 걱정이란 말을 들었다. 칼은 이 자리에서 - 돈 걱정을 하지 마세요! 염려하지도 마세요!라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칼은 자전거를 타고 콩밭으로 달려갔다. 칼은 소리쳤다. - 이봐요...렌타니 씨! 싹이 났어요! 콩이 되고 있어요! 언제 콩이 되지요? 칼은 기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렌타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 매일 온다고 빨리 자랄 것 같아! 미쳤군! 칼이 콩밭을 빠져나와 자전거를 타려고 할 때 갑자기 멕시코에서 온 릴리라는 여자가 어디 갔었죠?하며 다가왔다. 칼이 어서 와! 오늘밤은 재미있을 거야! 이들은 유원지로 향했다.

   칼은 유원지에서 형 아론의 연인인 애브라를 우연히 만났다. 애브라는 애론과 8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구경을 하려고 좀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마침 관람차의 빈자리가 나왔다. 애브라는 애론이 올려면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면서 관람차를 타고 싶다고 칼에게 동승할 것을 권했다. 함께 타게 된 관람차 안에서 애브라가 말했다. - 칼! 애론이 진정으로 날 사랑할까? 꼭 애론을 놓칠 것만 같아! 날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난 잘 모르겠어! 칼! 뭘 물어봐도 돼? 칼이 말해 봐!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애브라는 다시 말을 이었다. - 아까 그 멕시코 여자들처럼 네 주위에 있는 여자들 말이야! 어떤 여자들이지? 그들을 사랑하는 건 아니지? 칼! 네가 행실이 나뻐서 그들과 어울리는 거야? 이때 칼이 반문한다. - 너도 날 나쁜 놈으로 보니? 애브라가 대답했다. - 모르겠어, 뭐가 좋고 나쁜지 잘 모르겠어! 애론은 아주 좋은데 난 그렇지가 못해! 애론과는 맞지 않아! 간혹 내가 나쁘다고 생각을 해! 칼이 말했다. - 글쎄! 애론이 잘 해나갈 거야! 그리고 그렇게 해야지! 애브라가 계속했다. - 애론은 엄마를 잘 모르니까 날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여자로 생각해! 그래서 그는 날 사랑해! 그건 본래의 내가 아니야! 그가 생각하는 여자와 나는 다르거든! 내가 악녀라는 뜻은 아니야! 그리고 애브라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 저 별을 좀 봐! 아주 밝아! 하나의 위성일 거야! 칼! 너는 정말 좋은 애야! 날 돌봐줘서 고마워! 칼은 애브라에게 키스를 했다. 애브라는 당황하면서 자책하였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애론보다 인간적인 따스함과 격정을 보인 칼에게 더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애론은 요즘 들어 애브라가 칼과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 심기가 매우 불편해져 있었다.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부터 동맹군의 주도국인 독일인들과의 마찰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곳 유원지에서도 독일인들에 대한 험담과 대립으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독일인들과의 대립이 패싸움으로 번지면서 위험에 처한 애론을 목격하고 칼은 애론을 돕기 위해 황급하게 달려갔다. 보안관에 의해 어느정도 수습이 되었고 애론은 애브라에게 - 어디 있었지! 칼의 옷은 어디서 났어? 툭명스럽게 말했다. 이때 칼이 애론에게 다가와서 괜찮으냐고 물었다. 애론은 칼에게 갑자기 화를 내면서 말했다. - 네가 시작했어? 애브라에게 과시하려고 네가 먼저 시작했었지! 칼이 대답했다. - 널 도우려던 것 뿐이야! 단지 널 도우려고 했을 뿐이야! 애론은 양손으로 칼의 멱살을 잡으면서 말했다. - 싸우려면 널 위해 싸워! 널 위해서 싸우란 말이야! 난 도움이 필요 없어! 그리고 칼의 머리를 내리친다. 칼은 애론의 주먹을 피하면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애론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애론이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애론이 - 네가 쳤어! 하며 일어났다. 칼이 - 아니 아직...하며 다시 달려든다. 애브라가 칼을 향해 막아서면서 말했다. - 그만해! 저리가! 칼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몸부림치며 날뛰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뛰쳐나갔다.

   늦은 밤이었다. 칼은 애브라의 집 지붕 위로 올라가서 2층에 있는 그녀의 침실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 말해줄 게 있어! 비밀을 지켜줄 수 있겠어? 애브라가 놀란 눈으로 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그래 그게 뭔데? 무슨 일이야! 안색이 아주 안 좋아! - 해냈어! - 무슨 일을 해냈어? 칼이 상기된 얼굴로 계속 말했다. - 아버지가 양상치 일로 손해 본 것 기억하고 있지! 기억해? 애브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 난 그 걸 보상할 수 있게 되었어! 애브라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 그 많은 돈을 네가 벌었단말야? 넌 정말 대단한 애로구나! 칼이 애브라에게 부탁했다. - 병원에서 내일 잠시만 나와 줄 수 있어? - 그래! 점심 시간은 1시간이야! 그런데 왜? 칼이 말을 이었다. - 목요일이 아버지 생신일이야! 아버지에게 생신 파티를 열어 드리고 싶어! 그래서 너와 내가...너와 애론 그리고 내가 참석하는 거야! 돈을 생신 선물로 드릴려고 해! 네가 집을 꾸미고 물건을 사는 걸 도와주었으면 해? 풍선과 꽃다발 등 생일에 쓸 물건들을 사야 되는데 네 도움이 필요해! 도와 줄 거지? 난 정말 머리가 어떻게 돌아버린 것 같아! 내가 왜 애론을 때렸지? 왜 그렇게 때렸을까? 정말 도와 줄 거지? 애브라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버지 애담 트라스크의 생신이었다. 애브라가 모든 준비를 해줬다. 형형색색의 풍선과 아름다운 꽃으로 훌륭하게 꾸며놓았다. 가히 환상적이었다. 생일 케이크와 칠면조 요리 그리고 샴페인 등도 준비했다. 칼은 아버지의 생신 기념으로 아버지를 위해 번 돈 5천불을 따로 포장해서 준비해 두었다. 칼은 애브라에게 물었다. - 애론도 선물을 준비했겠지? - 뭔가 준비 해 놨데! 아직 내게 무슨 선물인지는 말 안 해줬어! 애브라가 말하자 칼은 다시 말했다. - 내 것과는 비교가 안 될 걸! 이미 포장해 놨어! 보여줘? 칼은 애브라가 보고 싶다고 해 주머니에서 꺼내주면서 좋아 보이느냐고 물었다. - 예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애브라는 잠시만 칼! 하고 칼의 옷매무새를 바로잡아 주더니 - 아주 멋지게 보여! 하면서 흐뭇해 하였다. 칼은 고맙다고 말하면서 현관 밖으로 나갔다.

   애담은 어느 농부와 함께 걸어나오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내 아들은 내게 필요합니다. 내 아들을 전쟁에 보내지 마십시요. 농장 일에 필요합니다. 애담이 말했다. - 하지만 당신은 농작물로 돈을 많이 벌고 있지 않소! 양심상 당신 아들만 빼낼 수는 없습니다! 이에 그는 다시 말했다. - 그런 말 마십시요. 콩을 심기 전에 이미 파운드당 5센트에 팔아버렸지요. 물론 가격은 올랐지요. 내년에나 팔게 됩니다. 아들이 필요합니다.

   애담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브라를 만났다. - 안녕 애브라! 저녁식사 같이 할 거냐? 애브라가 애담을 맞이하면서 인사했다. -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애담이 말했다. - 징병위원회 일을 맡지 말 걸 그랬어! 토로산에 눈이 온 걸 보았느냐? 저 눈을 보니 내년은 좋은 해가 될 것 같구나! 예전에 그랬듯이 말야! 현관 앞으로 마중 나온 칼이 축하의 말을 했다. - 아버지 들어 가세요! 생일 축하해요, 아버지! 저 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애론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해주고 뒤따라 들어온 애부라도 - 생일 축하해요, 트라스크 씨!하고 축하했다. 애담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 이런 일이 있다니?하면서 최고로 행복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애브라의 - 놀라셨어요?라는 말에 - 까맣게 생일을 잊고 있었어! - 정말 잊으셨어요? - 전혀 몰랐다! 할 말을 잊어버렸다! 지금 막 도착한 애론도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해 주었다. 칼은 아버지에게 - 칠면조 요리도 있어요, 샴페인도요, 그리고 제가 아버지께 드릴 게 있어요! 주머니 속에서 선물을 꺼내 드렸다. 아버지는 기뻐하셨다. - 선물도 있어? 정말 멋지구나! 칼이 열어 보시라고 말해 아버지가 칼의 선물을 펼치려는 순간 애론이 아버지를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 아버지! 애브라와 저도 준비했는데 물건은 아니거든요! 애브라에게는 아직 말 안 했지만 우린 약혼했어요! 이 순간, 칼의 눈치를 살피던 애브라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애담은 최고로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 - 세상에 이것 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거다! 참으로 좋은 생일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애담은 애브라를 껴안으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였다.

   여전히 칼의 선물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애담에게 애브라가 말했다. - 칼의 선물을 펴보셔야지요? 애담은 아직까지도 감동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이런 일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내 생일날 말해 주다니? 그리고 아, 이게 뭐지? 칼의 선물을 펼치고 있었다. 칼이 말했다. - 제가 벌었어요. 아버지의 잃은 돈을 보상하려구요! 애담이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 네가 돈을 벌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벌었단 말이냐? 애브라가 칼에게 계속해서 말씀드리라고 말했다. 칼이 말을 이었다. - 콩으로요! 콩으로 돈을 벌었어요! 파운드당 5센트에 미리 샀지요!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고 가격은 하늘 높이 올라갔지요! 그래서 이 돈은 아버지 돈이예요! 양상치 사업으로 손해 본 돈이지요! 이 돈은 아버지 거에요! 애담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칼! 이 돈을 돌려줘라! 칼이 의외라는 듯이 - 아버지를 위해 벌었어요! 갖으셔야 해요! - 돌려줘! - 누구에게요? - 돈을 벌게 해준 사람에게! - 영국 구매업자에게 말에요? 그럴 수는 없단 말에요! - 그럼 강탈한 농부에게 줘라! - 칼은 어이 없다는 듯이 아버지를 이해시켰다. - 절대로 강탈한 게 아니에요! 시세보다 2센트나 더 주고 샀던 거에요! 애담이 다시 말했다. - 칼! 난 전쟁에 나갈 입대자들을 서명해주고 있어! 그들은 전쟁에서 부상 당하거나 죽기도 해! 그런데 나보고 그 전쟁으로 이득 본 돈을 갖으라는 거냐? 그런 돈은 싫다! 절대로 받을 수 없다! 이때 애브라도 애담에게 칼의 정성을 받아 줄 것을 간청했다. 칼은 아버지께 다시 싸서 드리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애담은 완강한 태도로 일관했다. - 절대로 그 돈을 안받겠다! 네 형과 같은 선물을 주지 그랬어? 정직하고 착한 일 말이야! 칼! 선물을 주고 싶다면 올바르게 살아라! 그게 날 기쁘게 하는 거란다! 칼이 잠시 몸부림치더니 울먹이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애담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 칼! 화내지 마라! 칼! 애브라도 칼의 뒤를 따라 쫓아갔다. 칼은 애브라에게 아버지는 내가 주는 건 하나도 받아주질 않는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애브라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칼을 위로해 주었다. 애론은 애브라의 뒤를 쫓아와서 칼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다시는 애브라에게 손대자 마! 너를 믿지 않아! 넌 좋은 놈이 아니야! 넌 항상 천박했다! 그리고 사악했고 거칠었어! 아버지와 난 어렸을 때부터 네 꼼수를 참고 있었어! 우린 항상 널 용서해 주었어! 그리고 네가 애브라 근처에 있는 게 싫어! 애브라한테 접근하지 마라! 떨어지란 말이야!

   칼이 애론에게 말했다. - 애론! 나하고 어디 좀 가주겠어? 좀 보여줄 게 있어! 재미 있는 일이 될 거야! 시간도 얼마 안걸린다구! 칼은 애론을 데려가 어머니에게 인사시켰다. 칼은 애론에게 어머니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다. 애론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어머니의 천한 모습에 상처를 받게 된다.

   어머니와 애론을 남겨 두고 혼자 돌아온 칼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때문에 애론과 다투웠고 항상 애론을 질투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애론에게 상처를 주려고 몬테레이에서 하우스란 술집을 하고 있는 어머니한테 데려다 줬고 이젠 저도 집을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처럼 사업에 돈을 쓸 거라고도 말했다. - 그리고 왜 어머니가 나갔는지 알 것 같아요! 아버지를 참을 수가 없었던 거에요! 아버진 나나 어머니나 사랑하신 게 아니셨어요! 아버지의 선함과 독선 때문이지요! 용서만을 했었고 독선에서 조금도 양보를 안 했어요! 내가 어머니를 닮아서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아버진 어머니를 사랑했던 자기 자신도 용서를 안 했어요! 칼은 옆에 서 있는 애브라를 향해서도 말했다. - 애브라 난 용서하지 않겠어! 절대로 용서 안 할 거라구! 아버지 난 오늘밤 사랑을 사려고까지 해봤었죠! 하지만 이젠 원하는 게 모두 없어졌어요! 애브라가 거든다. - 아버지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돼! 칼이 나가면서 말했다. - 이젠 어떤 사랑도 바라지 않아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더 이상 미래가 없어요! 애담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가게 놔둬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던 애브라가 - 안 되요! 전 그렇게 할 수 없어요! 하면서 짐을 꾸리고 있는 칼의 방으로 가고 있었다. 칼이 애브라를 보더니 물었다. - 너도 날 증오하지? 애브라는 천천히 말했다. - 난 네가 무서워! 애론에게 무슨 짓을 했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이때였다. 샘 보안관이 애담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보안관이 애담에게 달려와 알려줬다. - 애론에게 문제가 생겼어! 술에 취해 싸우면서 난동을 부렸어! 킹시로 가는 군용 열차에 탑승했어! 애담이 급하게 역으로 달려갔다. 보안관이 칼의 방으로 들어 왔다. - 칼!, 애론과 무슨 일이 있었지? 애론이 완전히 미친 것 같았다! 난동을 부리면서 죽으려고 했어! 군 입영열차에 탔어! 애담이 역으로 갔다! 너도 같이 가 보는 게 좋겠다! 내 차로 같이 가자! 칼은 애브라와 함께 보안관의 차로 역으로 갔다. 애론은 입영열차 안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아버지를 목격하더니 실성한 사람처럼 갑자기 자신의 이마로 차 유리창을 깨버렸다. 애론은 깨진 유리창의 공간으로 머리를 내밀면서 웃고 있었다.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담은 애론의 실성한 행동으로 충격이 컸던 나머지 전신마비를 일으키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뒤따라 달려왔던 칼이 아버지가 쓰러지기 직전에 양팔을 벌려 가까스로 부축해드렸으나 의식불명 상태였다.

   아버지 침실에서 나온 의사가 칼과 애브라 그리고 보안관이 대기하고 있는 의자로 왔다. 의사가 칼에게 병세를 알려줬다. -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해서 뇌에 있는 혈관이 터져 뇌졸증을 일으켰네! 부분적으로 마비를 일으켜서 가망이 없을 것 같네! 일주일 혹은 일년을 살지도 모르고 오늘밤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네!

   끝까지 지켜본 보안관은 칼을 향해 - 카인은 화가 나서 아벨을 쳐 죽였다! 그래서 카인은 동쪽에 있는 놋으로 도망가 살았다! 왜 너는 도망을 안가지? 하면서 걸어나갔다. 칼이 혼잣말로 - 맞아!라고 했고 애브라는 - 아냐!라고 말했다. 칼은 다시 말했다. - 그의 말이 맞아, 나도 그렇게 해야겠어!

   간호원이 아버지의 침실에서 나오더니 환자의 얼굴을 씻겨드렸고 머리도 빗겨드렸으며 지금은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칼이 아버지 침실로 들어갔다. 애브라는 간호원에게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를 물었다. 간호원은 애브라를 본 적이 있었고 가족이 아닌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별로 오래 가진 않을 거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항상 죽기 직전의 환자만 맡고 있다고 말해 줬다. 애브라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브라는 급히 침실로 들어갔다. 칼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간호원이 들어왔다. - 참 보기 좋죠? 사랑스러운 환자예요! 미소까지 던져요! 내 환자를 피곤하게...애브라가 간호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이젠 나가 보세요! 간호원이 화를 낸다. - 나한테 명령하지 마세요! 의사한테 보고 하겠어요! 칼이 간호원에게 소리쳤다. - 문을 닫고 나가요! 간호원이 놀라면서 황급히 나갔다.

   칼은 아버지 침실에 가까이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 아버지! 내 말 들리세요? 제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 죄송하게 되었어요! 칼이 머리를 숙인 채 나갔다. 애브라가 애담의 머리맡에 앉아서 애담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트라스크 씨! 트라스크 씨! 제 말 들리세요? 칼에게 대답 안하실 거예요? 저에게도요?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렸하신 것 같아요! 보여 주실 수는 없다고 해도 저의 말을 이해하시죠? 이때 애브라는 애담에게 뭔가 반응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애브라는 애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이었다. - 트라스크씨! 이런 식으로 감히 말씀드리는 것을 용서해 주시기 바래요! 사랑 받지 못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뭘 아느냐고 반문하지 않으시길 바래요! 하지만 전 알고 있어요! 사랑을 못 받는 사람은 천하고 약하며 잔인하지요. 칼이 살아오는 동안 그렇게 느꼈던 거에요! 트라스크 씨는 그런 뜻이 없었지만 그 건 사실이에요! 칼에게 사랑을 주신 적이 없었고 요구하신 적도 없었지요. 결코 요구하신 적도 없었어요! 트라스크 씨! 칼은 떠나려고 해요! 이대로 칼이 가버린다면...이는 결코 칼이 저지른 행위를 용서해 주시라는 말이 아니에요! 사랑한다는 걸 보이셔야 해요! 안 그러면 칼은 파멸하고 말 거에요! 혼자서 죄의식을 느끼며 살게 될 거에요! 애브라는 울면서 간청했다. - 칼을 풀어 주세요! 제발! 칼을 도와 주세요! 전, 전 칼을 사랑해요! 칼이 완전하고 강해지길 바래요! 트라스크 씨만이 칼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트라스크 씨! 노력해 보세요! 할 수만 있으시다면 말에요! 뭔가를 칼에게 요구하면 칼은 트라스크 씨의 숭고한 사랑을 알게 될 거에요! 트라스크 씨를 위해서 칼이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해 주세요! 트라스크 씨! 제발! 감히 주제 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꼭 해야 됐어요! 애브라는 흐느끼고 있었다. 애브라는 눈물로 애원하고 있었다. 애브라는 흐느끼며 침실 밖으로 나왔다. 애브라는 침실 문 앞에 서 있는 칼에게 간청했다. - 칼! 널 비난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잖아? 계속 울기만 하면서 살 거야? 더 늦기 전에 들어가서 대화를 해야 해! 노력해봐! 그리고 아버지에게 다가서서 호소라도 해봐! 더 늦으면 안 된단 말이야!

   칼이 침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간호원이 큰소리로 묻는다. - 이 집에 커피가 없어요? 애브라는 칼에게 방해가 될까봐 갖다드리겠다고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칼에게 다시 노력해보라고 거듭 당부했다. 애브라도 조용히 침실 안으로 들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칼이 애담의 머리맡에 앉아서 말하고 있었다. - 전 나쁜 놈으로 태어나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정말 걷잡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일을 이렇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사람은 선택을 한다고 하셨지요. 그 점이 동물과 다르다고 하셨지요. 전 기억하고 있어요. 이때 갑자기 간호원이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커피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에 화가난 칼이 간호원에게 나가라고 소리쳤다. 간호원이 나가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애담이 뭔가 말하려는 눈치를 보였다. 애브라가 칼에게 손짓을 하며 말해 줬다. 칼은 자신의 귀를 아버지의 입에 최대한 가까이 하면서 귀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애브라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씀하시고 계셨다. - 칼...부탁이 있다...나를 위해...칼이 말씀하세요!하고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는 다시 말을 이으셨다. - 저 여자...간호원...도저히...봐줄 수가 없다...다른 사람이...필요해...칼이 말했다. - 저도 참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 그리고 한참을 귀 기울이던 칼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칼이 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나 애브라의 눈에 비친 칼의 모습은 더 없이 행복하게만 보였다. 애브라는 칼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뭐라고 말씀하셨느냐고 물었다. 칼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 다른 사람을 못 들어오게 하고 내 곁에 있어 달라!...네가 간호해 달라!라고 말씀하셨어...칼과 애브라는 서로 꼭 껴안았다. 그리고 둘은 서로 숭고한 사랑의 힘을 담은 뜨거운 사랑의 키스를 나누었다. 칼은 의자를 들고 아버지의 머리맡으로 다가가서 간호를 해드리고 있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 칼의 마음을 이해하고 칼을 사랑하고 있는 애브라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칼의 손을 꼭 잡아주었고 애브라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칼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 김기원의 음악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