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수" O.S.T. "올드 랭 사인/지난 그리운 추억" - 에이스 캐논 / Ace Cannon
영화 "애수 / 哀愁 / 워터루 브리지 / Waterloo Bridge" O.S.T.
"올드 랭 사인 / 지난 그리운 추억 / Auld Lang Syne
/ Old Long Since"
- 에이스 캐논 / Ace Cannon
영화 '애수 / 哀愁 / 워터루 브리지(Waterloo Bridge, 1940)'는 제1,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 러브 스토리를 그린 전쟁 멜로 드라마입니다. 미국의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로버트 셔우드(Robert E. Sherwood, 1896-1955)'가 1930년 발표한 희곡 '워터루 브리지(Waterloo Bridge)'를 근거로 하여 제작된 고전 흑백 영화 중 명화입니다. 1931년 '제임스 웨일(James Whale, 1889-1957)' 감독에 의해 영화 '워터루 브리지(Waterloo Bridge, 1931)'가 제작되었으나 비평과 흥행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그 후 1940년에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1900-1987)'가 감독과 연출을 맡았고 '허버트 스토타트(Herbert Stothart, 1885-1949)'가 음악을 맡았으며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1911-1969)'와 '비비안 리(Vivien Leigh, 1913-1967)'가 열연한 영화 '애수 / 워터루 브리지(Waterloo Bridge, 1940)'를 제작하였습니다. 머빈 르로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원작의 반전적인 색채를 줄였고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부각시켰으며 애정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상영과 동시에 크게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구촌 수많은 연인들의 심금을 애틋하게 울려주었고 숭고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세계적인 고전 명화로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영화 '애수(Waterloo Bridge, 1940)'의 O.S.T. 테마곡으로 삽입된 '올드 랭 사인 / 지난 그리운 추억 / 그리운 옛날(Auld Lang Syne / Old Long Since)'의 곡은 스코틀랜드 가곡으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로버트 번즈(Robert Burns, 1759-1796)'의 작시에 1788년 작곡된 가곡입니다. 이 곡은 영화 '애수 / 워터루 브리지(Waterloo Bridge, 1940)' O.S.T. 테마곡으로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명곡이 되었습니다.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 '석별 / 석별의 정'이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었고 이별의 안타까움을 달래주는 노래로 알려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헤어진 친구와 다시 만나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노래로 불려졌습니다. 이는 헤어짐이 있기에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기에 헤어짐이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특히 이 곡은 안익태 작곡가의 애국가가 우리나라의 정식 국가로 지정되기 이전인 대한제국과 상해임시정부 때에 이 곡만을 차용하고 우리나라의 가사를 붙여 애국가로 부르기도 하였던 유명한 명곡입니다.
이후 이 곡은 1953년에 미국의 팝 보컬인 '패트 베스트(Pat Best)'에 의해 리메이크된 '난 이해해요(I Understand)'의 곡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 '난 이해해요(I Understand)'의 곡은 다시 1954년에 미국 팝 보컬 그룹 '포 툰스(The Four Tunes)'에 의해 발표되었고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을 6주간 차지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인 1954년에는 미국 TV 쇼 프로그램 진행자이며 여성 보컬리스트인 '준 밸리(June Valli / June Foglia, 1928-1993)'에 의해 발표되었고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을 8주간 차지하는 등 대 히트를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1961년에는 미국의 5인조 소울 그룹 '지 클렙스(The G - Clefs, 1952)'에 의해 발표되었고 미국 빌보드 톱 텐 차트 9위와 영국 싱글 차트 17위에 오르는 등 꾸준하게 인기를 이끌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1965년에는 영국의 5인조 록 밴드 그룹 '허먼스 허미츠(Herman's Hermits, 1963)'의 발표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유명 가수들에 의해 리바이벌 혹은 리메이크되어 불려진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습니다.
'에이스 캐논(Ace Cannon, 1934-)'은 미국 미시시피(Mississippi)주 출신으로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이며 세계 3대 색소폰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는 열살 때부터 색소폰 연주를 하기 시작하였고 천재 소년 색소폰 연주자로 찬사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1961년 '터프 / 미망인의 블루스(Tuff)'를 발표하였고 이 연주곡이 1962년에 빌보드 핫 100차트 17위에 오르면서 그의 명성을 널리 떨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어서 싱글 '나에게서 떨어지세요(Stay Away From Me)'의 곡이 빌보드 차트 36위에 오르는 등 '슈가 블루스(Sugar Blues)', '날아라(Volare)' 등의 연주곡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히트하였습니다.
1963년에 발표한 '그대를 만난 후로(Since I Met You Baby)', '목화밭(Cotton Field)', '스와니 강(Swanee River)', 1964년에 발표한 '찾고 있어요(Searchin')', '쓸쓸한 나(Empty Arms)', 1965년에 발표한 '시 크루즈(Sea Cruise)', 1966년에 발표한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지(Funny How Time Slips Away)', 1968년에 발표한 '내가 피닉스에 도착할 때(By The Time I Get To Phoenix)', '은백색 모래(White Silver Sands)', 1977년에 발표한 '빗속에서 우는 그대의 슬픈 눈동자(Blue Eyes Crying In The Rain)' 등의 연주곡을 많은 사랑과 함께 히트하였습니다.
에이스 캐논은 여러 영화 O.S.T. 연주곡을 발표하였습니다. 그의 대표 영화 연주곡으로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1900-1987)'가 감독과 연출을 맡았고 '허버트 스토타트(Herbert Stothart, 1885-1949)'가 음악을 맡은 영화 '애수 / 哀愁 / 워터루 브리지(Waterloo Bridge,1940)' O.S.T. 테마곡 지금 흐르고 있는 '올드 랭 사인 / 지난 그리운 추억 / 그리운 옛날(Auld Lang Syne / Old Long Since)'의 연주곡을 발표하였으며 많은 사랑과 함께 크게 히트하였습니다. '올드 랭 사인 / 지난 그리운 추억 / 그리운 옛날(Auld Lang Syne / Old Long Since)'의 곡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로버트 번즈(Robert Burns, 1759-1796)'의 작시에 1788년 작곡된 스코틀랜드 가곡입니다. 영화 애수(Waterloo Bridge, 1940)는 제1,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그린 전쟁 멜로 드라마로 지구촌의 수많은 연인들의 심금을 울려준 고전 흑백 영화 중 명화입니다. 이 영화의 대 히트와 함께 '올드 랭 사인 / 지난 그리운 추억 / 그리운 옛날(Auld Lang Syne / Old Long Since)'의 주제 테마곡은 지구촌 곳곳에 널리 알려지게 된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습니다.
'발레리오 주를리니(Valerio Zurlini, 1926-1982)'가 감독을 맡았고 '마리오 나심베네(Mario Nascimbene, 1913-2002)'가 음악을 맡은 영화 '가방을 든 여인(La Ragazza Con La Valigia / The Girl With A Suitcase, 1961)'의 극 중 주크 박스(Juke Box)에서 흘러나오는 삽입곡 '그냥 똑 같은 걸(Just That Same Old Line)'의 연주곡을 발표하였으며 크게 히트하였습니다. 삽입곡 '그냥 똑 같은 걸(Just That Same Old Line)'의 원곡은 이탈리아의 싱어 송라이터이자 배우인 '니코 피덴코(Nico Fidenco, 1933-)'가 불렀던 곡입니다. 이 삽입곡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1912-2007)'가 감독을 맡았고 '조반니 푸스코(Giovanni Fusco, 1968-)'가 음악을 맡은 영화 '정사 / 모험(L'Avventura / The Adventure, 1960)' O.S.T. '날 믿어요(Trust Me)'의 곡이며 '프란체스코 마텔리(Francesco Maselli, 1930-)'가 감독을 맡았고 역시 조반니 푸스코가 음악을 맡은 영화 '태양의 유혹(I Delfini, 1960)' O.S.T. '하늘은 멋지고 / 하늘 위에(What A Sky / Su Nel Cielo)'의 곡입니다.
'데이비드 헤밀턴(David Hamilton, 1933-)'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패트릭 쥐베트(Patrick Juvet, 1950-)'가 음악을 맡은 영화 '로라, 여름날의 그림자(Laura, Les Ombles De Lete / Laura, Shadows Of A Summer, 1979)' O.S.T. 테마곡 '슬픈 노라(La Tris Tesse De Laura)'의 연주곡을 발표하였으며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크게 히트하였습니다. 특히 테마곡 '슬픈 노라(La Tris Tesse De Laura)'의 연주곡은 '세계 청취자 선정 20세기 연주음악 베스트 100선"에 선정된 연주곡으로 유명한 명 색소폰 연주곡입니다.
그리고 에이스 캐논은 '대니 보이(Danny Boy)', '해 뜨는 집(The House Of Rising Sun)',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I Can't Stop Loving You)', '데낄라(Tequila)', '은빛 달을 따라 항해를(Sail Along Silvery Moon)', '항구의 불빛(Harbor Lights)' 등의 연주곡을 발표하였고 지구촌 곳곳에서 폭넓게 사랑을 받으면서 크게 히트하기도 하였습니다.
에이스 캐논의 연주는 애잔하면서 섬세한 여성 취향적 연주를 구사하는 테너, 알토 색소폰 연주자(Tener And Alto Saxophonist)입니다. 그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서 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진 소올, 컨트리, 트레디션널 팝 등을 색소폰 하나로 연주한 실로 세계적인 톱 테너, 알토 색소폰 연주자로 그의 명성을 떨쳤습니다.
에이스 캐논은 세계적인 색소폰의 대가 '샘 테일러(Sam Taylor, 1916-1990)', '실 오스틴(Sil Austin, 1929-2001)'과 더불어 세계 색소폰의 대가 3인방으로 손꼽혔습니다. 이들은 모두 테너 색소폰 연주자로 알려져 있지만 연주 기법에 있어 각자 특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에이스 케논의 연주는 애잔하면서 섬세함이 감도는 연주를 하고 샘 테일러의 연주는 중후하면서 부드러움이 묻어나는 연주를 하고 있으며 실 오스틴의 연주는 힘이 넘쳐흐르는 연주를 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들 3인방 이후 '케니 지(Kenny G, 1959-)'가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자로 나타나 애잔한 색소폰 연주곡을 잇달아 발표하였으며 지구촌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었습니다.
- 짙은 안개가 낮게 깔리면서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영국군이 나치 독일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던 1939년 9월 어느날이었다. 48세의 영국군 대령 '로이 크로닌 / Roy Cronin(로버트 테일러 분 / Robert Taylor, 1911-1969)'은 프랑스 주둔 영국군부대 부임을 위해 영국 런던 워터루 다리를 지나 워터루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로이 크로닌 대령은 그의 차가 워터루 다리에 도착하자 차를 멈추게 하였고 잠시 차에서 내렸다. 다리 난간에 기대고 선 그는 23년 전의 슬픈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는 독신으로 살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행운의 마스코트가 쥐어져 있었다.
23년 전인 1916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지 2년이 지난 때였고 제1차 세계대전도 중반전으로 접어든 시기였다. 그 당시 로이 크로닌의 나이는 25세의 청년이었다. 영국군 대위로 프랑스 주둔 영국군 부대에서 복무 중이었다. 로이 크로닌 대위는 정기 휴가를 얻었고 스코틀랜드의 집에 휴가차 다녀온 길이었다. 내일이면 프랑스 전선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워터루 다리를 자주 걸어다녔고 정도 든 다리였다. 프랑스 전선에 귀대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걸어보고 싶은 생각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워터루 다리 위를 걷고 있는 로이 크로닌은 난데없이 들려오는 공습경보 싸이렌 소리에 대피소로 피신하고 있었다. 그의 옆을 지나가던 '마이라 레스터 / Myra Lester(비비안 리 분 / Vivien Leigh, 1913-1967)'와 그녀의 친구 '키티 / Kitty(버지니아 필드 분 / Virginia Field, 1917-1992)' 일행도 대피소를 향해 허겁지겁 뛰어가고 있었다. 대피소를 향해 뛰어가던 마이라는 핸드백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일행들과 뒤처졌고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었다. 로이 크로닌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피소로 피신할 수 있었다. 얼마 후 공습경보가 해제되었다.
로이 크로닌은 마이라가 저녁 공연을 앞둔 올림픽 극장의 발레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이라 역시 로이 크로닌이 군인이라는 것과 휴가를 마치고 내일 프랑스 주둔지 전선으로 떠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 로이 크로닌과 마이라는 서로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루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가까워진 연인 사이가 되었다.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마이라는 로이 크로닌에게 자신이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온 행운의 마스코트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로이 크로닌의 무사귀환을 빌면서 그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그날밤 로이 크로닌은 마이라의 공연장인 오림픽 극장 앞쪽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마이라는 춤을 추면서 로이 크로닌과 시선이 마주치게 된다. 이들 서로는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극적인 상봉 이상의 큰 설렘이 상호 교차하고 있었다. 로이 크로닌은 클럽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마이라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이 쪽지는 불행하게도 올림픽 극장 발레단 마담 '올가 키로바 / Olga Kirowa(마리아 오우스펜스카야 분 / Maria Ouspenskaya, 1876-1049)'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올림픽 극장의 모든 발레단원들은 마담 올가 키로바의 엄격한 통제하에 있었다. 마담 올가 키로바는 앞으로 공연에 차질을 초래하게 하는 일체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차후 이런 일을 저지른 단원은 누구를 막론하고 바로 해고시키겠다는 경고를 내렸다.
마이라는 그녀의 친구 키티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로이 크로닌과 다시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이들은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촛불 클럽(Candle Club)에서 전쟁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장래를 약속하게 된다. 촛불 클럽 연주단 리더의 '오늘의 마지막 곡'이라는 선언이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곡인 애틋한 연주 음악 '올드 랭 사인 / 지난 그리운 추억 / 그리운 옛날(Auld Lang Syne / Old Long Since)'의 곡이 촛불 사이사이로 조용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로이 크로닌과 마이라는 행복에 젖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춤을 추었다. 연주 단원들에 의해 촛불이 하나둘씩 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연주단 리더에 의해 마지막 촛불이 꺼지면서 클럽 장내는 어둠이 짙게 깔렸다. 이들 둘은 장래를 기약하면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서로의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그러나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로이 크로닌은 마이라의 숙소에 그녀를 데려다 주었다. 그는 내일이면 전선으로 떠나야 할 처지였다. 그녀를 이렇게 홀로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로이 크로닌과 마이라는 장래를 굳게 약속하였다. 아쉬운 마음을 서로 달래주면서 작별인사를 나누게 된다.
다음날 아침 런던의 시가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짓궂게 내리고 있었다. 로이 크로닌 대위는 부대로부터 지뢰매설 첩보에 따라 귀대일이 2일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로이 크로닌은 마이라의 숙소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한편 마이라는 공연 리허설에 참가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잠시 여유를 되찾은 그녀는 창가를 두드리면서 내리고 있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이 크로닌의 프랑스행 귀대선이 순항하기엔 그리 좋지 않은 날씨라고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길가에서 비를 맞고 서있는 로이 크로닌이 보였다. 그녀는 친구 키티를 불렀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자기 자신의 눈을 확인하고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혹시 로이 크로닌이 귀대하지 않고 탈영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마이라는 속으로 기쁜 마음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정신없이 옷을 걸쳐 입고 우산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 현관문을 박차면서 뛰어 나갔다. 로이 크로닌은 귀대일이 48시간 연장됐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었다. 로이 크로닌은 정중하게 마이라를 향해 청혼을 하였다.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 또한 이를 쾌히 승락하였다.
그 당시 영국 사회는 가문을 중시하는 풍조가 유난히 팽배했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귀족 가문의 집안인 로이 크로닌은 고아이며 무용수인 마이라의 신분에는 개의치 않았다. 로이 크로닌 대위는 영국군 연대장으로 그의 친척이자 그의 상관이기도 한 '듀크 / Duke(오브리 스미스 분 / C. Aubrey Smith, 1863-1948)'대령으로부터 결혼승락을 받는데 성공하게 된다. 곧바로 이들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결혼반지를 사들고 성당을 향해 급히 서둘렀다. 오후 3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이들은 신부와 접견을 하였다. 신부로부터 오후 3시를 넘어서 결혼식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법을 어길 수 없다는 신부의 설명과 함께 다시 내일 오전 11시까지 오라는 당부를 듣고 성당을 나섰다.
이들 둘은 내일 있을 결혼식을 위해 잠시 헤어졌다. 마이라는 결혼에 필요한 옷가지 등의 쇼핑을 위해 분주하게 돌아 다녔다. 늦게 숙소에 돌아온 마이라는 친구 키티로부터 로이 크로닌이 자신을 급하게 찾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갑자기 프랑스 전선으로 귀대하기 위해 워터루역을 출발하게 되었다는 전갈도 받았다. 로이 크로닌은 프랑스 주둔 영국군 부대의 급박한 사정으로 인해 오늘 저녁에 갑작스럽게 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이라는 심한 현기증이 일어났다.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워터루역 출발 기차 시간이 겨우 25분 밖에 남지 않았다. 촉박한 시간이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는 워터루역을 향해 줄달음쳐갔다. 그러나 그녀가 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태운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마이라는 인파를 헤치고 '로이 크로닌!'하고 외쳤다. 소리 높혀 외쳤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해 소리 높혀 외치면서 쫓아갔다. 그녀는 차창 밖으로 상체를 내밀고 손을 흔드는 로이 크로닌을 볼 수 있었다. 그도 허겁지겁 달려오는 마이라를 목격했다. 그는 양손을 치켜든 채 흔들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간격은 점점 멀어져갔다. 기적소리 울리며 떠나가는 기차는 이들 가련한 연인들에게 작별인사 한마디 나눌 시간마저 주지 않았다.
홀로 돌아온 마이라는 쓸쓸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다. 마이라는 올가 키로바 마담으로부터 공연을 빠뜨린 책임을 물어 결국 해고되고 말았다. 그녀의 친구 키티는 마담에게 맞서 마이라 편을 들면서 강력하게 저항을 했다. 결국 키티도 마이라와 함께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마이라와 키티는 다른 일자리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궁핍한 생활로 어렵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키티는 너무 힘들어 했다. 키티는 로이 크로닌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마이라는 로이 크로닌이 걱정할 것을 염려해 일체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렇듯 어렵게 지내던 어느날 마이라는 로이 크로닌이 보낸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마가렛 크로닌 / Margaret Cronin(루실 왓슨 분 / Lucile Watson, 1879-1962)' 여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게 된다.
마이라는 그녀와 약속한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약속시간이 지났으나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마이라가 기다리고 있는 동안 레스토랑 여종업원은 신문이라도 보라고 하면서 식탁 위에 신문을 놓고 갔다. 마이라는 한참을 기다렸다. 그녀가 나타니지 않자 그녀는 신문을 치켜들었다. 그녀는 무심코 기사를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고 말았다. 분명 틀림없이 전사자 명단에 로이 크로닌 대위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로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그때 여종업원이 달려왔다. 물을 마시게 해줬다. 마이라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서 의식을 되찾게 되었다. 로이 크로닌의 어머니 마가렛 크로닌 여사가 나타났다. 마이라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신문을 떨어 뜨렸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그녀는 로이 크로닌이 전사했다는 사실조차도 그의 어머니인 마가렛 크로닌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헤어졌다. 영문을 모르는 마가렛 크로닌 여사는 마이라의 이상한 행동에 실망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뜨고 말았다. 마이라는 그녀가 떠난 후 자리에서 일어설 때 다시 한 번 혼절하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한편 키티는 마이라에게 어느 이름 없는 극장 발레단에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마이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마이라의 약값도 약값이지만 무엇보다 식생활 해결을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그녀의 몸을 팔아야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이라도 어쩌지 못하는 극한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채 그녀 역시 매춘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갔다. 마이라는 오늘도 워터루 다리와 워터루역을 오가며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워터루역에서 이미 전사한 줄로만 알았던 로이 크로닌을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마이라는 꿈만 같았다. 로이 크로닌은 '아니 이럴 수가! 당신 맞지? 마이라 맞지?'라고 소리쳤다. '어머니와 통화됐어? 여긴 어떻게 왔어? 울지 말아! 난 포로 수용소를 빠져나와 스위스로 탈출하여 살아났지! 울지 말라니까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내가 뭐든 다 보상해 줄 거니까...그렇게 울지 말아요! 잠시만 여기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요! 어머니한테 같이 간다고 전화하고 올 거니까' 그러나 마이라는 같이 갈 처지가 못된다고 극구 변명하였다. 마이라는 로이 크로닌의 변함없는 사랑의 힘으로 그의 마음을 받아드리게 된다. 키티도 마이라에게 '감정이라는 것에는 규칙이 없는 거야! 그 정도의 사랑이라면 다 용서 될 수 있을 거야! 로이 크로닌에게 가! 그래야 해!'라고 용기를 심어주었다.
로이 크로닌과 마이라는 마차를 타고 런던을 출발하였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로이 크로닌의 저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들을 태운 마차가 아름다운 숲길을 헤치며 달려가고 있었다. 마이라가 입을 열었다. '이런 곳에서 자랐으면 정말 멋졌겠어요!' 로이 크로닌이 '젊었었을 때는...'하고 말을 흐리자 마이라가 웃으면서 '현재는 늙었다는 말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로이 크로닌은 '젊었을 때 이 전쟁을 겪고 안 늙을 수 있어요...롱 펠로우가 말했지 '청춘의 상념은 길기도 하여라!'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들을 태운 마차는 양 떼들이 노니는 들판을 가로질러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은 이들에게 있어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은 무사히 도착하였고 로이 크로닌의 어머니 마가렛 크로닌 여사와 그의 삼촌인 듀크 공작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친절한 환영 무도회에 초대를 받았다. 이에 감동한 마이라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녀는 불안에 떨었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마가렛 크로닌 여사가 찾아왔다. 그녀는 마이라에게 꼭 이 말은 해야 잠이 올 것 같다며 말을 꺼냈다. '런던에서 처음 만나고 헤어졌지! 난 다음 날 내 아들이 전사했다는 전달을 받았었다! 그때 넌 이미 신문을 보고 내 아들이 전사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 그래서 정신이 없었던 것이지! 그리고 이상한 행동으로 횡설수설했던 것이지! 내 말이 맞지?' 마이라는 차분한 목소리로 '네!'라고 짧게 말했다. 그녀는 다시 '불쌍도 하여라!'라고 말하면서 다시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널 찾아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단다! 널 두고두고 사랑할 거야! 널 며느리로 맞게 되서 정말 기쁘단다! 우리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나도 이제 그때의 편견을 떨쳐버렸으니 이젠 잠이 잘 들 거다! 심란하게 해서 미안하다! 내 딸 잘 자거라!'
마이라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마가렛 크로닌 여사의 침실 문을 두드렸다. 마이라가 말하기 시작하였다. '전 로이 크로닌과 결혼 못해요! 불가능한 걸 알면서 제 자신을 속이고 말았어요! 로이 크로닌을 만나면 안돼요! 내일 일찍 떠나서 로이 크로닌을 안볼 거예요! 그이에게 절대로 말하지 마세요! 그이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마가렛 크로닌 여사가 '무슨 문제가 있니? 내가 이해하고 널 돌봐주고 도와주면 안돼겠니?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 줄 수는 없겠니? 다 내 잘못이다!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하는 도중에 마이라가 눈물을 흘리며 '그이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라고 말을 가로챘다. 마가렛 크로닌 여사는 당황해 하며 '그래 약속하마'라고 말 끝을 흐렸다. 마이라는 눈물을 흘리며 '고맙습니다! 제게 너무도 잘 해주셨어요! 제가 기대에 못 미쳐서 정말 죄송해요!'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방에서 뛰쳐 나왔다.
마이라가 눈물을 훔치면서 자기 침실로 들어가려는 중이었다. 로이 크로닌이 마이라를 불렀다. '이 시간에 왜 나왔어요? 어머니를 만났어요? 훌륭한 분이지?' 마이라가 '네 맞아요!'라고 대답했다. '잠이 안와서 산책하며 별들에게 행운을 빌었어요!' 마이라의 '별들이 좋아 했나요?'라는 반문에 그는 '관심이 없나봐요! 반짝거리기만 하더군요!'라고 대답했다. 로이 크로닌은 그녀가 준 행운의 마스코트를 꺼내보이며 '이거 알지? 당신이 간직했으면 해요! 더 안전할 것 같아요! 방금 정원에 떨어뜨려 겨우 찾았지요! 우리는 하나이니까요! 그리고 난 행운을 받았으니 이제는 당신이 받을 거예요!' 마이라는 머리를 끄덕이고 두 손으로 건네받으면서 '그러면 당신을 위해 간직할 거예요! 안녕 내 사랑!' 하고 인사를 했다. 그는 '내일 만날 텐데 무슨 안녕이냐?'고 응수했다. 마이라가 말했다. '당신과 잠시라도 떨어지면 그게 제겐 영원과 같거든요!' 그가 말했다. '나도 똑 같은 감정이야!' 둘은 각자의 침실로 향했다.
아침이 밝았다. 마이라가 묵은 침대 위에는 하얀 쪽지 한장이 놓여 있었다. '당신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하지만 우리에겐 미래가 없어요. 지금까지 당신이 내게 준 사랑에 깊이 감사드려요. 더는 쓸 수가 없네요. 안녕 내 소중한 내 사랑'
로이 크로닌은 황급하게 마이라가 쓴 쪽지를 들고 기차역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가 역에 도착했을 때는 그녀가 탑승한 기차가 이미 떠난 후였다.
마이라를 찾기 위해 런던에 온 로이 크로닌은 키티를 만나 마이라의 과거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키티와 함께 마이라를 찾기 위해 그녀가 갈만한 곳을 모두 찾아봤다. 워터루역 일대를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키티는 로이 크로닌에게 말했다. '아무도 못 봤데요! 무서워요! 견디지 못 한 거예요! 살 수 있는 기회랬는데...살 기회...' 로이 크로닌의 '이해해요'라는 말에 그녀는 대뜸 '그러면 어디 있을까요?'라고 그를 향해 반문했다. 로이 크로닌이 차분하게 말했다. '마이라는 우리 한테서 도망친 거요! 앞으로 계속 찾아 보겠지만 찾지는 못하겠지요! 영원히, 영원히...' 그는 슬픔에 잠긴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련한 마이라 레스터는 워터루 다리 위를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눈물마저 매말라버리고 말았다. 두 눈을 크게 뜬 채 군 트럭의 헤트 라이트 불빛 속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못 다 핀 사랑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가련한 그녀의 육신은 사라졌고 그녀의 슬픈 영혼과 그녀의 행운의 마스코트만 워터루 다리 위에서 영롱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마이라의 슬픈 영혼이 담긴 행운의 마스코트는 23년 동안 로이 크로닌 대령의 가슴 속에 고이 간직되었던 것이다. 그의 차는 지금 막 워터루역을 향해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비극적인 사랑을 가슴에 안은 채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당신만을 사랑했어요.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영원히...
- 김기원의 음악세상 -